나노소재의 코팅기술에 대한 적용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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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조회 1,705 작성일 19-12-06 13:09본문
그리스와 함께 고대 서양문명의 뿌리로 불리는 로마는 실용적인 건축 기술을 꽃피운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콜로세움이다. 수천년의 세월 앞에 곳곳이 무너져 내렸지만 지금도 생생히 살아 있는 압도적인 웅장함에 매료된 관광객들로 콜로세움 밖은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흥미로운 것은 로마의 위대한 건축 유산 가운데 화장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로마 시내에는 100여개의 수세식 공동 화장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인간의 배설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겠다는 개념은 수백년 뒤 유럽 중세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로마는 시대를 거슬러 배설물을 물에 섞어 원활히 배출하는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명실공히 현대적인 수세식 화장실이 등장한 건 19세기 후반이다. 도자기 재질의 변기에서 다량의 물을 강하게 밀어내 배설물을 씻어내고, 오염된 물은 식수를 운반하는 상수도와 분리하는 정책이 생겼다. 이른바 선진국에 속한 인류는 ‘푸세식 화장실’이 주는 악취와 비위생에서 해방됐다.
문제는 편리함의 대가가 크다는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에는 적지 않은 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변기 대부분의 물 탱크 용량은 6ℓ 전후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 10ℓ 이상의 물을 오로지 용변을 위해 쓴다는 얘기다.
변기 안쪽 면에 나노물질 코팅
물 절약하며 용변 처리 적정 기술
미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개발
이와 관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 가능성’에 시선을 끄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을 지금보다 훨씬 적게 사용하고도 용변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은 것이다.
비밀은 변기에 나노 물질을 코팅한 데에 있다. 나노 물질의 크기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할 만큼 작다. 이를 변기 안쪽에 펴 바르면서 아주 작은 돌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나노 물질이 코팅된 표면에서는 표면장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물과 같은 액체가 어딘가에 달라붙으려는 고유한 힘인 표면장력을 나노 물질의 오톨도톨한 표면이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접착력이 아무리 좋은 테이프라도 표면이 까슬까슬한 수세미 위에 단단히 붙이기 힘든 것과 비슷한 경우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연계에선 연꽃잎에 천연 나노 물질이 형성돼 있다. 연꽃잎을 보면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빗물이 잎사귀에 넓게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뭉친다. 물의 표면장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뭉친 물방울은 연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살짝만 기울어져도 아래로 흘러내린다. 이 때문에 연꽃잎은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연구진은 신형 변기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40㎝ 높이에서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나노 물질 코팅 판자에 형광 성분이 섞인 실험물을 떨어뜨렸다. 사람이 용변을 보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나노 물질 덕분에 미끄러져 내려간 뒤에도 판자에 일부 들러붙은 소량의 실험물을 눈으로 전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제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재봤다. 그랬더니 유리판에서 용변을 씻어낼 때보다도 물이 90%나 적게 든다는 점을 확인했다.
인류의 변기용 물 하루 1410억ℓ
아프리카 전체 하루 소비량의 6배
실용화 땐 개도국 25억명에 혜택
나노물질 자연계 방출 차단은 숙제
연구진은 이 기술이 개발도상국의 수세식 화장실 도입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개발에 참여한 웡탁싱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원은 영국 언론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현재 인류가 변기에서 쓰는 물은 하루 1410억ℓ에 이른다”며 “아프리카인들 하루 전체 물 소비량의 6배”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수세식 화장실 혜택을 누리지 못해 전염병과 악취에 노출되는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도움을 주고, 지구 전체로도 물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번 변기는 개도국에 수세식 화장실을 보급하기 위한 연구를 하던 영국 크랜필드대가 2015년 도움을 요청하면서 고안됐다. 크랜필드대는 열악한 개도국의 상하수도 여건을 고려해 친환경적으로 배설물을 처리할 변기를 연구하다 적은 양의 물로는 이물질을 변기 안쪽에서 깨끗이 제거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부닥쳤다. 이번에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아직도 세계에서 25억명은 열악한 수도 공급 체계로 인해 수세식 화장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 성과는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전환점이다. 과학계선 이 같은 개념의 기술을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다량의 자본 투입과 수익 극대화가 아닌 인간의 생존과 복리를 위한 기술을 일컫는 개념이다.
다만 이번 변기는 아직 해결해야 과제도 있다. 변기 안쪽에 코팅된 나노 물질이 조금씩 벗겨져 자연계로 방출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마크 미오도니크 런던대 재료 및 사회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연구진이 대비책을 세울 것으로 보지만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관련된 화학물질이 환경에 줄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로마의 위대한 건축 유산 가운데 화장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로마 시내에는 100여개의 수세식 공동 화장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인간의 배설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겠다는 개념은 수백년 뒤 유럽 중세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로마는 시대를 거슬러 배설물을 물에 섞어 원활히 배출하는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명실공히 현대적인 수세식 화장실이 등장한 건 19세기 후반이다. 도자기 재질의 변기에서 다량의 물을 강하게 밀어내 배설물을 씻어내고, 오염된 물은 식수를 운반하는 상수도와 분리하는 정책이 생겼다. 이른바 선진국에 속한 인류는 ‘푸세식 화장실’이 주는 악취와 비위생에서 해방됐다.
문제는 편리함의 대가가 크다는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에는 적지 않은 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변기 대부분의 물 탱크 용량은 6ℓ 전후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 10ℓ 이상의 물을 오로지 용변을 위해 쓴다는 얘기다.
변기 안쪽 면에 나노물질 코팅
물 절약하며 용변 처리 적정 기술
미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개발
이와 관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 가능성’에 시선을 끄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을 지금보다 훨씬 적게 사용하고도 용변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은 것이다.
비밀은 변기에 나노 물질을 코팅한 데에 있다. 나노 물질의 크기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할 만큼 작다. 이를 변기 안쪽에 펴 바르면서 아주 작은 돌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나노 물질이 코팅된 표면에서는 표면장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물과 같은 액체가 어딘가에 달라붙으려는 고유한 힘인 표면장력을 나노 물질의 오톨도톨한 표면이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접착력이 아무리 좋은 테이프라도 표면이 까슬까슬한 수세미 위에 단단히 붙이기 힘든 것과 비슷한 경우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연계에선 연꽃잎에 천연 나노 물질이 형성돼 있다. 연꽃잎을 보면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빗물이 잎사귀에 넓게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뭉친다. 물의 표면장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뭉친 물방울은 연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살짝만 기울어져도 아래로 흘러내린다. 이 때문에 연꽃잎은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연구진은 신형 변기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40㎝ 높이에서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나노 물질 코팅 판자에 형광 성분이 섞인 실험물을 떨어뜨렸다. 사람이 용변을 보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나노 물질 덕분에 미끄러져 내려간 뒤에도 판자에 일부 들러붙은 소량의 실험물을 눈으로 전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제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재봤다. 그랬더니 유리판에서 용변을 씻어낼 때보다도 물이 90%나 적게 든다는 점을 확인했다.
인류의 변기용 물 하루 1410억ℓ
아프리카 전체 하루 소비량의 6배
실용화 땐 개도국 25억명에 혜택
나노물질 자연계 방출 차단은 숙제
연구진은 이 기술이 개발도상국의 수세식 화장실 도입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개발에 참여한 웡탁싱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원은 영국 언론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현재 인류가 변기에서 쓰는 물은 하루 1410억ℓ에 이른다”며 “아프리카인들 하루 전체 물 소비량의 6배”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수세식 화장실 혜택을 누리지 못해 전염병과 악취에 노출되는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도움을 주고, 지구 전체로도 물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번 변기는 개도국에 수세식 화장실을 보급하기 위한 연구를 하던 영국 크랜필드대가 2015년 도움을 요청하면서 고안됐다. 크랜필드대는 열악한 개도국의 상하수도 여건을 고려해 친환경적으로 배설물을 처리할 변기를 연구하다 적은 양의 물로는 이물질을 변기 안쪽에서 깨끗이 제거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부닥쳤다. 이번에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아직도 세계에서 25억명은 열악한 수도 공급 체계로 인해 수세식 화장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 성과는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전환점이다. 과학계선 이 같은 개념의 기술을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다량의 자본 투입과 수익 극대화가 아닌 인간의 생존과 복리를 위한 기술을 일컫는 개념이다.
다만 이번 변기는 아직 해결해야 과제도 있다. 변기 안쪽에 코팅된 나노 물질이 조금씩 벗겨져 자연계로 방출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마크 미오도니크 런던대 재료 및 사회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연구진이 대비책을 세울 것으로 보지만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관련된 화학물질이 환경에 줄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